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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Travel)

[호주 멜버른 여행]멜버른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Vict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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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이 지역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감성을 담아가려고 합니다. 사실 시드니에서도 서큘라 키역 옆의 미술관을 다녀왔었습니다. 규모가 조금 작은 편이라 특별히 기억나는 건 별로 없습니다.(옥상의 까페가 맛은 보통이지만 전망이 좋다고는 합니다. 제가 갈때는 스톰이 있어서 바람이 많이 부는 관계로 들어가서 잠시 앉았다가 주문을 하지 않고 바로 나왔습니다.) 상시전시인지 기획전시인지도 사실 모르고 들어갔기도 했습니다만, 거기서 느낀 이미지는 어두움이었습니다. 혹시 이 후 가신 분이 계시면 한번 감상평을 듣고 싶습니다. 뭔가 슬프고 쓸쓸하고 싸늘한 느낌의 그림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생각하고 겪은 시드니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고 생각됩니다. 이게 상시전시인지, 특별전시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천경자 님의 상시전시(상설전시)가 늘 있죠. 요새 위작 논란인 미인도의 작가로 알려져있다는 건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본인이 자기가 그린게 아니라고 했다는데, 우리나라 검찰은 진품이라 결론지었지요. 해외 검증팀도 위작이라고 했다던데,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자, 다시 멜버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세인트 킬다 거리(St Kilda Road st.)에 있기 때문에 세인트 킬다 거리를 지나가는 수많은 트램 중 하나를 타시면 대부분 이 곳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시내 바로 옆이기 때문에 시내에서는 금방 도착할겁니다. 정류장 이름이 뮤지엄이라고 해서 박물관이라 생각했는데, 풀네임이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이더라구요. 갤러리니 미술관이 맞습니다.

 입구라 보이는 곳으로 들어서면 입구 정면엔 폭포수처럼 물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유리벽면에 붙어서 잔잔하게 흘러내립니다. 이것도 작품인가 봅니다. 오른쪽으로 들어서려 하자 서 계시던 분이 여기는 출구이고 반대쪽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뒤돌아 보니 입구가 있습니다. 가운데에는 거울로 만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저도 한가운데까지 들어가 보았습니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니 제피 하인 반원형 공간(Jeppe Hein Semicircular Space) 이라고 하네요.

 

저는 오른쪽부터 돌아보았습니다. 특별전시관에서 무언가를 하나봅니다. 티켓을 끊고 가야해서 들어가진 않았고, 관련 상품 보는 곳만 둘러보다 옆방을 갔는데, 여기는 체험관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이태원에 있는 리움미술관에도 이러한 체험공간이 있어서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그리는 체험을 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하 특별전시관이었는데, 관심있는 분들은 리움미술관에 들렀을 때 가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체험관 왼편 구석에 사진 찍는 곳 3군데가 있습니다. 하나씩 저희는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지막 사진기였던 것 같은데, 거기서 찍은 사진은 데칼코마니 처럼 좌우가 같은 사진으로 나오고 3번 찍히는 데 그 3장을 gif파일로 묶어서 움직이는 사진(움짤)을 만들어 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각각의 사진관은 사진 촬영 후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여 이메일 주소로 자동 전송하게 해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입구 맞은편에는 쉬는 공간이 넓게 있었습니다. 뒤뜰에 나가서 노는 가족들도 보이네요. 본격적으로 관람을 하기위해 제일 꼭대기 층부터 갔습니다. 제가 예술에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작품들을 평할 수 없기에 요약정리하자면, 시드니 미술관이 지역적인 색깔이 보인다면,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은 그 색깔을 볼 수 없었습니다. 아시아, 일본, 유럽 등등 다른 나라의 작품 혹은 유물들도 전시되어있었고, 거대한 전시공간에 이르러서는 중세시대 그림들, 서양화, 인물화, 그리스 신화에 나올만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아예 전시 공간 가운데에 쇼파가 여럿 있었고, 쇼파 옆에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을 보듯 작품들의 전시번호에 맞는 약도와 그림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나와있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큰 그림들을 볼 수 있게 한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서유럽에 가보지를 못했기 때문에 유럽풍의 미술관이 다 이럴수도 있겠다 싶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는 전시공간이었기 때문에 나름 신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파트너는 낭만주의가 떠오른다고 하네요. 일개 여행객의 품평입니다. 참고만 하세요.

 

굉장히 넓은 공간이어서인지 사실 관람의 동선이 친절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리 갔다가 갈림길 나와서 한쪽길에서 한참을 보고 나서야 다른 쪽 길을 가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구요. 꽤나 오랜시간을 관람한 뒤에 미술관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시내가 바로 옆이었기 때문에 바로 시내로 향했습니다. 야라 강(Yarra River)을 건너기 전 강가 옆으로 내려갔습니다. 한참을 시내를 바라봤을 때 왼쪽으로 가니, 서던크로스역 라인까지 오게 됩니다. 근처 벤치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게 되네요.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인생이란 무엇이길래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세계가 있고 이토록 자유롭고 여유로운 세계가 공존하는 걸까요? 여행을 하다보면 사색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기 때문에 여행은 참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복되는 일상이라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자연스럽게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합니다. 이미 몸에 베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반복이 결국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기도 하는 것이죠. 여행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행은 반복되지 않기 때문에 매순간 생각합니다. 고민합니다. 반복된 일상은 효율을 추구하지만, 여행은 행복을 추구합니다. 과연 이대로 살아도 좋을지, 앞으로의 나의 미래는 어떨지 다시한번 돌아보게 하는 이런 여행은 한번뿐인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필요한 여정임이 틀림없습니다.

 

다시 다람쥐 쳇바퀴 도는듯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면 여행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저의 내면은 다르겠지요. 더 넓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다 나와같이 사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된 이유겠지요. 영화 매트릭스에서 빨간약과 파란약을 선택하는 장면은 우리에게도 매순간 찾아옵니다. 다만 우리는 매번 무의식 중에 파란약을 먹고 기존의 현실을 선택하게 됩니다. 현실을 감당할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겠지요. 매트릭스의 진실을 알면서도 빨간 약을 먹을 수 있을까요? 비록 영화이지만 네오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용기를 내어 빨간 약을 먹게되는 그 순간을 잠시 꿈꿉니다.

 

시내에 들어와서 콜린스 거리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둘러보고 플린다스 거리에서 트램을 타고 블랙맨 호텔로 돌아옵니다. 맡긴 짐을 찾아서 세인트 킬다 비치로 갔다가 서던크로스역으로 가는 트램으로 환승하기 위함입니다. 마지막으로 옆에 있는 classico에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확실히 동네 맛집임이 틀림없습니다. 근처 오시면 한번 들러보세요. 맛있어요.

 참, 어제 저녁에 다시 한번 세인트 킬다 비치에 있는 리틀블루에 갔었지만 전체를 빌려서 결혼식을 하고 있었더군요. 제 아이는 이렇게 결혼식을 치뤄주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하늘에서 붉게 지는 석양 빛을 맞으면서 평생을 함께하자는 서약을 하는 순간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소중한 지인들을 초청하여 서로 파티를 하는 모습이 아직 우리나라에는 영화 속에서나 보는 낯선 모습일 겁니다. 리틀블루 옆의 음식점도 통째로 빌렸는지 즐겁게 파티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인생은 행복해야겠지요. 부럽습니다.

 

서던크로스역입니다. 멜버른 여행의 시작과 끝이 여기입니다.시작했던대로 끝도 세인트 킬다 비치로부터 서던크로스역까지 왔네요.짧은 여행이었지만 감회가 새롭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스플리트에서 만났던 호주여행자 두 분이 생각나네요. 3주정도 휴가를 내고 여행왔다고 했었는데, 저도 그렇게 휴가를 내고 여행을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잠시 해 보았습니다. 어림도 없겠지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길을 회상하고자 합니다.

멜버른 국제공항에 가는 스카이버스를 타기 위해 우리는 서던크로스 역으로 돌아갔습니다. 며칠 전에 낯선 이 곳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이 곳이 매우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그 당시 여행할 때에는 어디가 어디인지 몰라 두렵고 걱정하는 마음이 컸었는데, 지금은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걸음이 집 앞 공원에 나와 거니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미 여행한 자와 첫걸음을 내딛는 여행자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그 때의 기억을 되새김질하면서 지나왔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skybus라고 적힌 그 곳, 터미널로 들어와서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붉은색 버스에 탑승합니다. 이제 여행이 끝나가는걸 느낍니다. 바깥 구경을 하면서 가고 싶었지만, 날이 어두워진건지, 썬텐이 매우 짙게 된 것인지(후자 같네요.) 밖이 어두워서 볼 수 없었습니다. 늦은 저녁인지라 차도 제법 막히는군요.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공항에서 한번 정차하여 승객들을 내려주는데, 거기서 다 내리는 것이라고 버스기사님이 이야기하네요. T2가 국제선이었습니다. 실내에 들어서서 텍스리펀(tax refund) 받을 곳을 찾습니다. 분명 33번 옆이라고 했는데 안보이네요. 이것도 공항 여행이네요. 찾기를 포기하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짐을 부치고 면세점있는 곳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이런, 여기서 세금을 환급 받는 것이었습니다. 허탈한 마음을 가다듬고 줄을 섭니다. 사람들이 두 줄을 서고 있었는데, 왼쪽이 앱을 통해서 미리 정보를 기입한 사람들이 서는 줄이고, 오른쪽이 아날로그 세대랄까요. 그냥 세금 영수증 들고 환급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서는 줄이었습니다. 이미 포기했던 터라 매우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줄이 생각보다 천천히 줄어들었습니다. 거의 1시간 가량 줄을 섰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시간이면 어디 여행지를 들렀다와도 되는데 말이지요. 돈이 중요하니 참기로 했습니다. 나이 좀 있는 아저씨가 세관 직원이었는데, 사람들에게 환급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듯 했습니다. 우리도 인터넷을 찾아봅니다. 실제 구매한 물품을 들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잘 안해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우리는 케미스트 웨어하우스에서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들고 있었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어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우리가 텍스리펀을 신청하려는 때에 바로 앞 신청자에서 담당 세관직원이 변경되었습니다. 럭키! 미소가 아름다운 여성 직원이었습니다. 우리 차례가 오자, 그 분은 우리의 세금영수증을 보고는 도장 꽝꽝, 환급은 어떻게 받을지 크레딧카드를 달라고 해서 파트너의 크레딧 카드를 주니 그녀는 또 밝은 미소를 띄워줍니다. 몇 만원 정도를 파트너가 환급 받게 되어서 파트너도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여행의 말미를 환한 미소로 마무리하게 되어서 참 다행입니다.

 여행 막바지의 백미는 바로 면세점입니다. 이미 많은 영양보조제를 구매했지만 한가지 구매하지 못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프로폴리스 스프레이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단가가 제법 되기 때문에 저렴한 물품을 파는 케미스트 웨어하우스에서는 진열을 할 수 없는 상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가격대가 비슷한 두가지 종류의 스프레이를 가지고 30여분간 갑론을박을 진행하였고, 마침내 결정을 내렸습니다. 함유량이 50%인 것을 사기로 했습니다. 함유량이 많아야 효과가 더 좋다는 결론에 합의한 것입니다. 앞으로 또 여행올 곳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왕에 사는거 좋은 것 사는게 좋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우리의 게이트는 가장 안쪽이네요. 열심히 걷습니다. 지나가는 곳곳이 공사가 한참 진행중이네요. 안에 몇몇 매점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가게는 공사중이네요. 새단장을 준비하는 듯 합니다.

라운지가 몇몇 있었는데, 현대 다이너스카드로는 이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PP카드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슨 프리미엄 라운지가 있으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했으니 맞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여행객으로서는 안 좋은 소식인 것 같습니다.

 

화장실에서 편한 활동복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호주에 올때도 그랬지만, 호주대륙이 참 넓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호주대륙과 싱가폴 사이의 바다를 건너는 것보다 호주 대륙을 건너는 구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 공항에는 새벽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또 어디서 환승해야 할지 확인하고 게이트 앞까지 왔습니다. 다행히 라운지들이 밀집해 있는 곳입니다. 다이너스카드가 되는 라운지가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니 dnata 라운지가 가능하네요. 다행히 싱가포르 공항은 와이파이가 무료라 쉽게 검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객들의 편의를 많이 생각해주는 싱가포르 공항인 것 같습니다. 라운지는 게이트보다 한 층 위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dnata라운지를 찾았고,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말고도 한국인이 있었는데, 그 분들도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중이었기 때문에 밝은 모습보다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기에 발생하는 어두운 모습이 강했습니다.

저는 타울을 요청하여 샤워실에서 샤워를 했습니다. 개운하네요. 커피와 맥주,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게이트로 갔습니다. 미리 입장하고 감옥처럼 가두어 놓는 곳이네요. 다행히 연착이 없어서 비행기를 제시간에 탈 수 있었습니다.

 

다시 여행을 간다면 호주를 오겠냐고 한다면 저는 당장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시드니와 멜버른 여행에서의 자유와 여유로운 모습은 제 인생관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한 모습이었습니다. 저녁이 되면 불이 꺼지는 상점들, 저녁이 있는 삶, 그리고 활기찬 주점들은 참으로 매력이 넘치는 문화임이 틀림없습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호주에서 태어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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